STORY돌아가는 길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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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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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서 배운 것

— 여섯 번 옮겨 다니며 알게 된, 나만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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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몇 살의 나는 인생에 '정답 루트'가 있다고 믿었다. 좋은 대학, 전문직 시험 한 번에 합격, 큰 회사에서의 착실한 승진. 그 줄에 서 있기만 하면 삶이 알아서 정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 이력서를 보면, 나는 그 줄에서 여러 번 벗어난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방향 전환

원래 목표는 법조인이었다. 법으로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가진 자원을 냉정하게 계산해봐야 했다. 시간, 돈, 그리고 실패를 견딜 마음의 여유. 세 가지 모두 넉넉하지 않았다.

오래 붙들지 않고 세무사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는 '차선'을 택한 기분이었다. '법 전문가'라는 큰 틀은 지키되,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길로 갈아탄 것이다. 몇 년을 준비해 시험에 합격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됐다. 계획대로 정확히 가지 않아도, 방향만 맞으면 원하던 삶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여섯 번의 이직, 혹은 여섯 번의 탐색

세무사가 된 뒤에도 나는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세무법인에서 회계법인으로, 다시 공기업으로, 대기업 재경팀으로, 대형 회계법인의 금융세무본부로. 이력서만 보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왜 이렇게 자주 옮겼지?" 실제로 면접에서 여러 번 받은 질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매번 정답을 알고 옮긴 건 아니었다. 다만 나는 새로운 산업, 새로운 회계, 새로운 사람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공기업에서는 세무 신고 시스템을 처음부터 세팅했고, 대기업 재경팀에서는 정기 세무조사의 한복판에 섰다. 대형 회계법인에서는 금융사들의 세무조정과 국제회계기준 개정 실무를 다뤘다. 한 회사에서는 인공지능 세무 서비스를 개발하며 챗봇에 세법을 가르쳤고, 청년 창업자들 앞에서 부가세를 강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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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 뿌리내려 깊이 판 사람도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넓게 옮겨 다니며 배우는 쪽이 내 기질에 맞았다. 그 덕에 나는 어떤 산업, 어떤 회계 앞에서도 금방 적응하는 사람이 됐다. 방황처럼 보였던 궤적이, 지나고 보니 나만의 탐색이었다.


진짜 값진 교훈은 회사 밖에서 왔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낸 곳은 회사가 아니라 내 개인 계좌였다.

나는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했고, 조급하게 판단했고, 크게 잃었다. 몇 번을 크게 넘어지고 나서야 나는 한 문장을 몸으로 배웠다. 욕속부달(欲速不達) — 급하게 가려다가는 도리어 이르지 못한다. 중요한 결정을 조급하게 내리면 망한다는 것을, 나는 책이 아니라 손실로 배웠다.

아이러니한 건, 내가 업으로 삼은 세무라는 일이 정확히 그 반대의 기질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상속 설계도, 절세도, 결국은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조급한 사람은 자산을 지키지 못한다. 내가 개인 계좌에서 데인 교훈이, 고객의 자산 앞에서는 그대로 미덕이 됐다. 나는 이제 누구보다 보수적으로, 천천히, 판단한다.


나는 나를 가르치고, 그것을 전한다

여러 번 방향을 틀고 넘어지는 동안,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가르치고 있었고, 거기서 얻은 걸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걸 좋아했다. 과외로, 강의로, 상담으로, 때로는 챗봇에게 세법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형태만 달랐을 뿐, 20년 넘게 그 일을 멈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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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세무법인 파트너로 일하며 개인과 법인 거래처를 직접 만난다. 세금 신고를 대신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조급함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속도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에 마음이 간다. 세금은 그 대화의 시작점일 뿐이다.


돌아가는 길에서만 보이는 것

혹시 지금, 남들보다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정답 루트라는 건 대개 지나고 나서야 그려지는 선이다. 직진만 한 사람은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 돌아가는 길에는 있다. 나는 여섯 번 옮겨 다니고, 몇 번 크게 넘어지고 나서야 내 속도를 알게 됐다.


빠른 길은 없었다. 다만, 오래 가는 길은 있었다.


래킴 — 세무사. 회계법인·대기업·공기업을 두루 거쳐, 지금은 사람들이 걱정 없이 자기 속도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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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ACT: dufao74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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