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제품보다 나다운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주변에서 나를 보고 “풀소유”, “맥시멀리스트”라는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 돈을 주고 이걸 산다고?” 싶은 물건들을 곧잘 사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클래식 면도기다. 남자에게 면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보통은 6중날 면도기나 전기 면도기를 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어쩐지 싫었다. 그래서 일자 면도날을 끼우는 클래식 면도기에 눈을 돌렸다.
모든 게 불편했다. 준비 시간도, 면도 시간도, 기존 면도기보다 열 배는 오래 걸렸다. 그런데도 끌렸다. 손맛을 좋아하고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면도기가 나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을 고른 이유는 편의성도, 대단한 기능도 아니다. 그저 “자른다”는 본질만 남은 제품. 그것이 나를 표현하기에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 바뀌어가는 좋은 제품의 기준
좋은 제품이란 무엇일까?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질문을 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기준이 어느 정도 명확했다고 생각한다. 오래 가는 제품, 유명한 브랜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 등의 정형화된 기준이 있었다.
코로나가 오고, AI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기준들은 매우 약해졌다. 이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모두”에서 “나”로 초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좋은 기능이 있거나, 오래 사용할 수 있거나 하는 기준만으로 제품을 사지 않는다. 이 제품이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제품을 사기 시작했다. 내 공간, 내 취향, 내 방식, 나다움에 맞게 사는 것. 그게 요즘 사람들의 소비 기준이다.
2. 물건이 곧 자기소개가 되는 시대
SNS를 한 번 떠올려보자.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이제는 비싼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취향을 자랑한다. 빈티지 마켓에서 건진 그릇, 작은 공방의 도자기, 나를 표현하기 위한 유니크한 니치 향수.
한편으로 보면 비효율적인 소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를 표현한다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그 제품과 그 향으로 나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만큼 값진 일도 없다.
필자도 향수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사람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었다는 뜻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를 말하는 방식이 옷차림이나 가격표에서 물건의 결로 옮겨간 것이다.
어떤 브랜드를 입었느냐보다, 어떤 물건을 곁에 두고 사느냐가 그 사람을 더 많이 설명하는 시대가 됐다.
3. 대량 생산이 만든 피로감
왜 이렇게 됐을까. 너무 많은 똑같은 것들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미지를 본 적 있는가. 같은 열차 칸에 같은 옷과 신발을 신은 사람이 대여섯 명 있는 사진 말이다.
이제는 옷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로고, 제품 등 모든 것이 비슷하다. 처음에는 “깔끔하다”는 느낌 때문에 좋았지만, 모든 것이 깔끔함으로 통일되다 보니 어느 순간 “지겹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제품을 더 선호한다. 노트도 일본의 트래블러스 노트처럼, 빈 가죽 커버에 내가 직접 속지를 채워가며 쓰는 노트를 사용한다. 완성된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의 흔적이 쌓이는 제품을 고르게 된 것이다.
완벽하게 똑같은 천 개보다, 조금 어설퍼도 다른 한 개가 더 귀해진 시대다. 사람들이 빈티지에 빠지고, 핸드메이드를 찾고, 커스텀 제품을 주문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결국 사람들이 사는 건 물건이 아니다. 그 물건을 골랐을 때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 감각을 사는 것이다.
좋은 물건은 누군가 만들어준다. 그러나 나만의 물건은 내가 골라야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는, 만드는 사람에게도 고르는 사람에게도 더 까다롭고 더 재미있는 시대다.
오늘도 누군가는 작은 공방의 컵 하나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사람은 자기 자신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제품을 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다운 제품을 고르는 시대다.
※ CONTACT: litt.ly/swlbear
좋은 제품보다 나다운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주변에서 나를 보고 “풀소유”, “맥시멀리스트”라는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 돈을 주고 이걸 산다고?” 싶은 물건들을 곧잘 사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클래식 면도기다. 남자에게 면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보통은 6중날 면도기나 전기 면도기를 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어쩐지 싫었다. 그래서 일자 면도날을 끼우는 클래식 면도기에 눈을 돌렸다.
모든 게 불편했다. 준비 시간도, 면도 시간도, 기존 면도기보다 열 배는 오래 걸렸다. 그런데도 끌렸다. 손맛을 좋아하고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면도기가 나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을 고른 이유는 편의성도, 대단한 기능도 아니다. 그저 “자른다”는 본질만 남은 제품. 그것이 나를 표현하기에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 바뀌어가는 좋은 제품의 기준
좋은 제품이란 무엇일까?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질문을 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기준이 어느 정도 명확했다고 생각한다. 오래 가는 제품, 유명한 브랜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 등의 정형화된 기준이 있었다.
코로나가 오고, AI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기준들은 매우 약해졌다. 이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모두”에서 “나”로 초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좋은 기능이 있거나, 오래 사용할 수 있거나 하는 기준만으로 제품을 사지 않는다. 이 제품이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제품을 사기 시작했다. 내 공간, 내 취향, 내 방식, 나다움에 맞게 사는 것. 그게 요즘 사람들의 소비 기준이다.
2. 물건이 곧 자기소개가 되는 시대
SNS를 한 번 떠올려보자.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이제는 비싼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취향을 자랑한다. 빈티지 마켓에서 건진 그릇, 작은 공방의 도자기, 나를 표현하기 위한 유니크한 니치 향수.
한편으로 보면 비효율적인 소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를 표현한다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그 제품과 그 향으로 나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만큼 값진 일도 없다.
필자도 향수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사람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었다는 뜻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를 말하는 방식이 옷차림이나 가격표에서 물건의 결로 옮겨간 것이다.
어떤 브랜드를 입었느냐보다, 어떤 물건을 곁에 두고 사느냐가 그 사람을 더 많이 설명하는 시대가 됐다.
3. 대량 생산이 만든 피로감
왜 이렇게 됐을까. 너무 많은 똑같은 것들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미지를 본 적 있는가. 같은 열차 칸에 같은 옷과 신발을 신은 사람이 대여섯 명 있는 사진 말이다.
이제는 옷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로고, 제품 등 모든 것이 비슷하다. 처음에는 “깔끔하다”는 느낌 때문에 좋았지만, 모든 것이 깔끔함으로 통일되다 보니 어느 순간 “지겹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제품을 더 선호한다. 노트도 일본의 트래블러스 노트처럼, 빈 가죽 커버에 내가 직접 속지를 채워가며 쓰는 노트를 사용한다. 완성된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의 흔적이 쌓이는 제품을 고르게 된 것이다.
완벽하게 똑같은 천 개보다, 조금 어설퍼도 다른 한 개가 더 귀해진 시대다. 사람들이 빈티지에 빠지고, 핸드메이드를 찾고, 커스텀 제품을 주문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결국 사람들이 사는 건 물건이 아니다. 그 물건을 골랐을 때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 감각을 사는 것이다.
좋은 물건은 누군가 만들어준다. 그러나 나만의 물건은 내가 골라야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는, 만드는 사람에게도 고르는 사람에게도 더 까다롭고 더 재미있는 시대다.
오늘도 누군가는 작은 공방의 컵 하나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사람은 자기 자신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제품을 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다운 제품을 고르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