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가까운 직장 생활 동안 나는 다섯 번 조직을 옮겼다. 연구실에서 디저트 개발사로, 어린이급식지원센터로,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부의 건강기능식품 담당자로, 발효전문 식품기업으로, 그리고 지금의 한방 기반 건강기능식품 기업까지.
이렇게 나열하면 또래 직장인들에 비해 꽤 잦은 이직처럼 보인다. 실제로 내 이력을 소개할 때면 "왜 그렇게 직장을 자주 옮기셨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 조직의 규모도, 업종도, 업무도 계속 달라졌는데 그 과정에서 내 경력과 일하는 방식은 흔들리지 않았을까.
돌아보면 답은 분명했다. 조직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나'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조직을 경험할수록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통해 발견한 나만의 조직 활용법에 대한 기록이다.
조직이 바뀌어도 반복된 것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매번 낯선 업무, 낯선 사람들, 낯선 규칙 앞에 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나는 늘 비슷한 방식으로 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사람들과는 먼저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오래 고민하기보다 일단 실행에 옮겼다. 업종도, 직급도, 조직의 규모도 전혀 다른 다섯 곳이었는데, 그 안에서 내가 일하는 방식만큼은 놀랍도록 똑같았다.
바로 이 반복이, 내가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다. 조직이 나를 규정하게 두지 않고, 내가 어디에 있든 나답게 일하는 방식을 먼저 세워둔 것이다.
직원이지만, 목소리는 잃지 않는다
직장 생활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직원이었지만,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늘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모두가 Yes 할 때 혼자 무리하게 반대하지는 않지만,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혼자서라도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건 조직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도 내 판단의 기준을 갖고 프로로 일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 관점 하나가,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나만의 조직 활용법
돌아보면 나는 조직을 '다니는 곳'이 아니라 '활용하는 곳'으로 대해왔던 것 같다. 조직에 나를 맞추기보다, 조직이 가진 자원과 기회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쪽에 가까웠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그 조직에 없는 것, 즉 내가 채울 수 있는 빈자리를 찾았다. 시스템이 없으면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에게도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조직이 주는 조건보다 내가 그 조직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먼저 따졌다. 조직을 옮길 때마다 나는 조건보다 배움을 직급보다 성장을 택했다. 조직을 옮길때마다 나에게 물었던 질문도 같았다. "어디가 더 좋은 조건인가"가 아니라 "여기서 나는 더 나다워질 수 있는가"
결국 남는 것은 사람
다섯 개의 조직을 거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업무 내용도, 직급도 아니었다. 매번 다른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내가 어떤 조직에서 얼마나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는지를 결정한 건 결국 '무엇을' 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했느냐였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했던 조직에서는 일이 힘들어도 오래 버틸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결국 조직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연봉도 직함도 아닌 함께 웃고 고민했던 사람들이었다.
20년의 경력이 남긴 것
나는 이제 조직과 이직 횟수로 내 커리어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섯 번 조직을 옮겼지만, 그 안에서 나는 한 번도 나를 잃은 적이 없다고. 조직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 안에서 반복된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의 일하는 방식과 기준이었다고.
20년 넘게 몸담아온 여러 조직들은 나를 소진시킨 곳들이 아니라, 내가 나를 활용하고 또 발견해간 무대였다.
앞으로 또 어떤 조직을 만나더라도, 내가 가장 먼저 지키고 싶은 것은 직함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과 일하는 방식이다.

※ CONTACT: heehit_10.03
20년 가까운 직장 생활 동안 나는 다섯 번 조직을 옮겼다. 연구실에서 디저트 개발사로, 어린이급식지원센터로,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부의 건강기능식품 담당자로, 발효전문 식품기업으로, 그리고 지금의 한방 기반 건강기능식품 기업까지.
이렇게 나열하면 또래 직장인들에 비해 꽤 잦은 이직처럼 보인다. 실제로 내 이력을 소개할 때면 "왜 그렇게 직장을 자주 옮기셨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 조직의 규모도, 업종도, 업무도 계속 달라졌는데 그 과정에서 내 경력과 일하는 방식은 흔들리지 않았을까.
돌아보면 답은 분명했다. 조직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나'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조직을 경험할수록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통해 발견한 나만의 조직 활용법에 대한 기록이다.
조직이 바뀌어도 반복된 것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매번 낯선 업무, 낯선 사람들, 낯선 규칙 앞에 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나는 늘 비슷한 방식으로 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사람들과는 먼저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오래 고민하기보다 일단 실행에 옮겼다. 업종도, 직급도, 조직의 규모도 전혀 다른 다섯 곳이었는데, 그 안에서 내가 일하는 방식만큼은 놀랍도록 똑같았다.
바로 이 반복이, 내가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다. 조직이 나를 규정하게 두지 않고, 내가 어디에 있든 나답게 일하는 방식을 먼저 세워둔 것이다.
직원이지만, 목소리는 잃지 않는다
직장 생활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직원이었지만,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늘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모두가 Yes 할 때 혼자 무리하게 반대하지는 않지만,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혼자서라도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건 조직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도 내 판단의 기준을 갖고 프로로 일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 관점 하나가,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나만의 조직 활용법
돌아보면 나는 조직을 '다니는 곳'이 아니라 '활용하는 곳'으로 대해왔던 것 같다. 조직에 나를 맞추기보다, 조직이 가진 자원과 기회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쪽에 가까웠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그 조직에 없는 것, 즉 내가 채울 수 있는 빈자리를 찾았다. 시스템이 없으면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에게도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조직이 주는 조건보다 내가 그 조직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먼저 따졌다. 조직을 옮길 때마다 나는 조건보다 배움을 직급보다 성장을 택했다. 조직을 옮길때마다 나에게 물었던 질문도 같았다. "어디가 더 좋은 조건인가"가 아니라 "여기서 나는 더 나다워질 수 있는가"
결국 남는 것은 사람
다섯 개의 조직을 거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업무 내용도, 직급도 아니었다. 매번 다른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내가 어떤 조직에서 얼마나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는지를 결정한 건 결국 '무엇을' 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했느냐였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했던 조직에서는 일이 힘들어도 오래 버틸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결국 조직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연봉도 직함도 아닌 함께 웃고 고민했던 사람들이었다.
20년의 경력이 남긴 것
나는 이제 조직과 이직 횟수로 내 커리어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섯 번 조직을 옮겼지만, 그 안에서 나는 한 번도 나를 잃은 적이 없다고. 조직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 안에서 반복된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의 일하는 방식과 기준이었다고.
20년 넘게 몸담아온 여러 조직들은 나를 소진시킨 곳들이 아니라, 내가 나를 활용하고 또 발견해간 무대였다.
앞으로 또 어떤 조직을 만나더라도, 내가 가장 먼저 지키고 싶은 것은 직함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과 일하는 방식이다.
※ CONTACT: heehit_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