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捤獥汤捯 살아낸 만큼 나눌 수 있다

운영자
2026-09-04
조회수 44

재미없으면 끝까지 못했다.

공부도, 운동도, 일도. 스스로 재밌다고 느끼지 못한 일은 어김없이 용두사미가 됐다.

오래도록 그게 부끄러웠다.

끈기가 없는 사람,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의 경험을 쭉 써 내려가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살펴보니 끝까지 한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재미있었다

 

2003년, 베이징에서 통역 일을 처음 시작했다. 돈이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계약서 한 장을 두고 두 나라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단순히 단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의도를 옮기는 사람이었다.

그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했다.

 

2008년 여름, 베이징 올림픽 자원봉사를 했다. 한국 선수단과 여행객들에게 중국 문화를 알려줄 때, 내가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 나라의 사절단이 된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책임감이 무거웠지만, 그 무게가 싫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중의대를 들어가고 나서는 의료봉사로 외곽 양로원을 찾아가던 수 많은 토요일들이 있었다.

침을 놓고, 뜸을 뜨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어르신들과 오래 앉아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아픈 몸을 치료하는 것과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을 따로 할 수 없다는 걸, 그 시간들이 가르쳐 주었다. 힘들었지만 가는 게 즐거웠다.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테니스는 10년 넘게 쳤다. 혼자였다면 그렇게 오래 하지 못했을 것이다. 클럽을 만들고, 팀 대회를 나가고, 함께 실력을 키우면서 즐거움에 라켓을 놓을 수 없었다.

매주 화요일에는 집에 친구들을 불러 밥을 해 먹었다. 잘 먹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같이 먹으며 시간을 나누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가 있는 곳이라면 나는 끝까지 갔다.

이게 의지력 부족이 아니었다. 재미는 신호였다. 그쪽으로 가라는.

그 신호를 따라가다 보니 패턴이 보였다. 형태는 달라도 나는 언제나 아는 것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언어든, 문화든, 치료 방법이든. 혼자서는 의미를 못 느꼈고, 누군가에게 변화가 생길 때 보람을 느꼈다. 중국어를 가츠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뿌듯함은 지금도 선명하다.

 

재미를 따라갔더니 나다움이 보였다.

 

물론 넘어진 적도 있다.

일에 매달려 번 아웃이 왔고, 우울증을 겪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고, 사기도 당했다.

그때마다 내가 못나서 그랬다고, 혼자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마음의 감기는 혼자서는 낫지 않는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

넘어졌을 때 나를 다시 일으킨 것들이 있다.

사람과 함께 하는 것, 내가 아는 것을 나누는 것.

넘어지기 전에도 재미있었떤 것들이, 넘어지고 나서도 끝까지 나를 붙들어 주었다.

그게 나다움이었다.

그래서 안다. 받은 도움은 나눠야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나눔은 베풂이 아니라, 살아낸 사람이 살아낼 사람에게 건네는 손이다.

 

얼마 전 진단검사를 받았다. 결과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다. 열정적으로 몰입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때까지 끈기 있게 노력한다.”

내적 동기 100점. 자기 효능 100점.

웃음이 나왔다. 숫자가 나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바를 숫자가 확인해준 것이었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이중적이기도 하고, 즉흥적이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에 약하기도 하다.

계획을 세워놓고 기분에 따라 바꾸기도 한다. 강해 보이고 싶으면서도 한없이 약하고, 하고 싶어서 했던 일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기도 하다.

오래도록 그 모순들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 모든 게 다 나였다.

모순이 아니라 다층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층적인 모습들 속에서도, 재미를 따라간 흔적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과 함께, 아는 것을 나누는 사람.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패턴이 보이고,

패턴을 따라가다 보면 ‘나다움’이 보이고,

나다움을 따라가다 보면 살아낸 경험이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된다.

 

이게 내가 19년 동안 몸에 새긴 것이다.

거창한 스펙이나 화려한 이력이 아니다.

재미있었던 것들, 그래서 끝까지 했던 것들, 그 안에 이미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살아낸 경험이 나다움이 된다.

나는 이제 그걸 나눌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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