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내가 글쓰기로 얻은 것 - 생각이 많은 사람의 명료화 방법

운영자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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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쓰기로 얻은 것 - 생각이 많은 사람의 명료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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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혼란과 고통이 찾아올 때, 그 상당 부분은 사실 '구조적으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스스로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이걸 인식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습관화하는 것 — 그게 삶을 가볍고 명료하게 만드는 방법이 되었다.

처음부터 이런 구조를 알고 시작한 건 아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서 어쩌다 보니 정착하게 된 방법이, 결국 이렇게 삶을 구조화하며 사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상담과 글쓰기, 그 사이 어딘가

핵심은 자기분해 과정을 치열하게 하는 것이다. 뚜렷한 병리적 문제가 있어야만 심리상담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 논리와 구조를 파악하면 된다. 앞뒤가 맞는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떤 구조와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 이걸 보면 된다.

다만 이런 분해적·통찰적 사고의 틀이 처음부터 익숙한 사람은 드물어서, 초반에는 심리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담이 잘 맞지는 않았다. 전문가 앞이라도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또 드러낸다는 사실 자체의 불편함을 완전히 넘지는 못했다. 맞는 상담사를 찾는 것도 그 자체로 일이었다.

그래도 여러 회차를 경험하며 초반에는 좋은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결국 이런 틀로 이해하면 되는구나' 하는 프로세스를 익혔달까.


혼자 글을 쓸 때도 결국 같은 작업의 반복이다.

'이러저러하다' → '왜일까?' → '아, 이것 때문이었구나!'
'이건 저것과 이런 순서·구조로 관련이 있었던 거였구나!'

말 그대로 나도 몰랐던 나를 분해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 오늘 그때 왜 마음이 불편했지? 이 심리적 이물감은 어디서 오지?'
'왜 오늘 이 시점에 기분·컨디션이 갑자기 저조해졌지?'

반대로 긍정적인 경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 오늘 그때 왜 그렇게 행복했을까?'
'왜 저 사람이 멋져 보였지? 어느 점을 본받고 싶었던 거지?'


상담이 좋은 이유는 '왜일까'를 짚어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해준다는 점이다. 정말 심리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는 감정적 개입이 크게 필요하기 때문에 헬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 매일같이 하는 활동으로서는, 혼자 하는 쪽의 이점이 더 크다.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개인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도 있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잘 맞았다. 마음의 불편함에 대해 쓰다 보면 끝에 가서는 자연스럽게 답을 얻게 되고, 명료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솔직해질 수 있다는 점이 크다.



이 과정을 습관처럼 반복하면 생기는 것들

명료해진다. 같은 불편함의 패턴을 반복하거나 오래 붙들고 있지 않게 된다. 불편함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처리하는 과정이다 보니, 내 안의 감정과 생각, 세상에 대한 관찰력이 좋아진다. 통찰력도 함께 좋아지고, 생각의 밀도가 높아진다.

관찰력과 사고력이 실제로 향상된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답을 얻는 것도 방법이지만, 나는 대개 이런 셀프 토크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왔다. '해야지' 하고 작정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하다 보니 이런 구조를 갖게 된 것이고, 그게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남았다.

가치관이 정립되고, '나'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다. 나는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이럴 때 행복하구나, 이런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구나 — 이런 것들이 쌓인다. '왜?'를 묻는 건 관찰력과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키운다. 그건 나와 세상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게 된다.


이 과정을 오래 거치면 더 날카롭게 질문하고, 좋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웬만한 문제는 스스로 대화하며 풀리는데, 도저히 답도 감도 오지 않고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지조차 모르겠을 때는 그때 AI를 활용한다. (혹은 너무 지쳐서 그냥 후보가 주어지는 게 편할 때도 있고.)

새로운 시각이나 해석을 얻는 영역에서는 실제 상담보다 AI가 더 훌륭하게 해낼 때도 많았다. 단순한 공감 영역조차도 그렇다. 아무래도 개인 맥락을 눈치 보지 않고 풍부하게 입력할 수 있고, 시간 제한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질문 자체가 하나의 글쓰기가 되기도 한다. 떠오르는 생각 뭉치를 마구 던져도 잘 받아주고 정리해준다. 경험상 여러 AI 중 챗GPT가 이 부분에서 가장 뛰어났고, 6개월간 비교해봤지만 늘 비슷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서툴거나 막연하거나, 상황이 심각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훨씬 낫다. 그리고 AI를 쓸 때는 개인정보를 조심해야 한다. 민감한 정보는 넣지 않고, 혹시 몰라 대화 기록도 잘 남겨두지 않는다.


시간은 들지만, 남는 건 확실하다

이 과정은 그때그때 하기엔 시간이 꽤 드는 일이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20분 정도 걸린다. 패턴이 고착될수록 오히려 더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생각날 때는 나중에 처리할 목록에 간단히 던져놓고, 따로 시간을 정해서 파는 식으로 한다. 그래도 끝내고 나면 사우나에 다녀온 것만큼, 방을 대청소한 것만큼 개운해진다.


이 명료화 작업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나 자신이다. 나는 나와의 대화로 대부분의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결국 삶이 나를 스쳐 지나갈 때 내가 건져올리는 게 있어야 나에게 남는다. 나는 이걸 채망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 그물을 촘촘하게 엮어 건진 게 나에게는 정말 많았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쩌다 보니 습관이 된 케이스다. 써야 하니까 의무적으로 쓴 게 아니라 정말 효과를 느껴서 재미있게, 신나서 썼다.

쌓여 있는 데이터와 글들이 많고, 내가 의지하고 있는 구석이기도 하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낼 때도, 아이디어를 낼 때도, 내 위치를 헤맬 때도, 방향성을 잃었을 때도, 어떤 걸 해야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상기할 때도 이 기록들이 믿음직한 구석이 되어주었다. (물론 이건 아카이빙을 잘 해두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내가 쓴 글들과 그 글쓰기로 정리해둔 기록들이 나에게는 귀중한 데이터 소스이자 심리적 의지처가 되어주고 있다.

인생 초보였을 때는 얼레벌레 쌓이는 생각에 짓눌려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그 생각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관리할지가 명확해지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생각이 쌓이는 양에 버겁고 힘들어서, 본래 무던하고 생각이 단순한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데이터를 촘촘히 건져낼 수 있는 역량과 재능이 있는 사람은, 바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덧,

이 이야기는 인지행동치료와 맥락을 함께하지만, 심리치료에 국한해서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삶 전반에 적용할 수 있고, 적용하면 좋다는 맥락에서 말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배울 때도 좋은 출발점이 된다. 질문만 하면 훌륭한 답을 턱턱 해주는 세상이 된 만큼, 사고력, 즉 질문의 날카로움 자체가 자산이 된다.

반면 아예 깊게 심리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인지적인 접근보다 감정의 수용과 몸의 이완(신체성에 집중하는 것)을 먼저 전제하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이건 완전히 다른 주제라 따로 할 말이 많다. 노파심에 남겨둔다.


(https://blog.naver.com/sxjinn  제 블로그의 사유글 - '내가 글쓰기로 얻은 것'을 다듬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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