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빼고 또 빼다 보니 남은 게 보였다.

운영자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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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고 또 빼다 보니, 남은 게 보였다

박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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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실패한 적이 있으신가요? 없다고 답한다면, 어쩌면 삶이 생각보다 안정적이지 않은 걸지도 모릅니다. 실패가 없는 인생이란 실패 안에 숨어있는 작은 성공들, 그리고 그걸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애초에 잡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을 잘 해내면서도 조금씩 실패하고 성공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런 길을 걸어오지 못했습니다. 특히 30대에 들어서는 전혀 그러지 못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실패하고 부서지면서 싫어하는 것들을 하나씩 쳐내다 보니 좋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또렷해졌습니다. 깎이고 깎이다 보면 안쪽에서 빛나는 결을 드러내는 원석처럼요.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자 합니다.


⧭ 첫 번째 실패: 가족 카페, 7년


10년 전, 집의 작고 소중한 내 방. 누나가 문을 열고 제 이름을 부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나랑 일 해보지 않을래?" 그때 저는 제주도에 처음 지어진다는 메이커스페이스의 매니저 면접까지 마치고, 제가 가겠다고 말한다면 바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심하게 요청을 하는 누나의 처량한 모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도와주지 뭐.' 그렇게 제주도행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7년 뒤, 저는 비 오는 날 꽤 비참하게 울면서 그 카페를 그만뒀습니다. 나오면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 이후로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싫어하는 일, 관심 없는 일은 시도조차 하지 말자고.


⧭ 두 번째 실패: 좋아하는 일에서도 싫은 것을 찾다


싫어하는 일은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보통 20대에나 통합니다. 그걸 30대 중반에, 그것도 타의로 하게 되다니 — 돌이켜보면 천운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겠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뀌면 대개는 시도조차 안 하니까요.


그렇게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선 끝에, 지인의 소개로 국내 최초 버섯균사체 스티로폼 제작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싫어하는 구석 없이, 일 자체가 온전히 제 관심사였으니까요. 이키가이의 네 조건을 다 채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몰랐던 게 있었습니다. 제가 인간관계에서는 정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는 것. 결국 4개월 만에 당일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무례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건 정말 싫다는 걸 깨달았고, 그 뒤로는 혼자 일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 세 번째 실패: 유튜브 음악 채널


혼자 할 수 있는 다음 도전은 유튜브 음악 채널이었습니다. 처음엔 확실히 잘했습니다. 100명 가까이 모인 수강생 단톡방에서 과제 제출 1등을 해본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시작한 지 딱 2개월 만에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사실 대중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구나.


제가 좋다고 만든 음악은 사람들의 고막을 강타하지 못했고, 그 상태가 8개월 내내 이어졌습니다. 방구석에서 폐인처럼 음악만 만들던 저는 결국 실패를 선언했습니다. 아버지 칠순 파티에까지 노트북을 들고 가서 음악을 만들어 올릴 만큼 애썼지만, 결국 유튜브 음악을 손절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제가 원래 좋아하던 음악을 다시 더 즐기면서 듣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배운 건 하나였습니다. 잘나가는 걸 좋아하는 척한다고 해서, 정말 오래 좋아해온 사람처럼 될 수는 없다는 것. 척하면 사람들은 금세 알아챕니다. 그래서 더 확고해졌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 비로소 찾아낸 바이브코딩


시간이 흘러 다시 흥미로운 일을 만났습니다. 바이브코딩이었습니다.


이건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같이 일할 사람이 없어도, 관심 없는 일을 억지로 선택할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싫어하는 부분은 인공지능과 핑퐁하듯 대화하며 무한히 쳐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로지 제가 좋아하는 것, 사람들에게 정말 기여할 수 있는 앱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입문한 지 아직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아이디어는 계속 떠오르고, 개발은 고통보다 재미가 더 큽니다. 아직 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진심으로 사람들을 위한 걸 만들어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좋아하는 것만 만들어왔기에, 그 연락도 결국 제 관심사와 맞닿은 곳에서 오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건 엄청난 노력과 큰 도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걸 기어이 해낸다면, 아무리 늦은 나이라도 기회는 온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제 노력을 보고 또 다른 30대가 '늦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면 — 단 한 명이라도 방향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찾아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싫은 것을 하나씩 쳐내다 보니, 남은 자리에 제가 서 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찾지 마세요. 대신, 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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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ACT: https://www.instagram.com/no_meaning_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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