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현지화는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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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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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는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처음 인도네시아에 가서 해외 생활을 시작할 때, 나는 사실 그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언어도 익숙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도 달랐다.

약속한 시간이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방식이 현지에서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왜 조금 더 빠르게 결정하지 않을까.

일이 가장 바쁜 오후 3시에 모두 기도를 하러 자리를 비운다고?

왜 업무 외의 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쓸까?


회식 자리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저녁 6시가 되면 동료들은 기도를 하러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잠시 전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던 20인용 식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던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장면들이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에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었다.


내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에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준 역시 한국이라는 환경 안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방식일 뿐이었다.


그때부터 질문의 방향이 달라졌다.

왜 그들은 내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을까가 아니라, 그들에게는 무엇이 자연스러운 일상일까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기도는 업무를 방해하는 변수가 아니었다.

그들의 하루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자연스러운 삶의 리듬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문화를 내 방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그들에게 익숙한 하루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언어를 배웠다.

현지의 음식과 명절, 종교와 생활 습관을 이해하려고 했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관찰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바로 업무 이야기부터 하기보다 그 사람의 가족과 일상에 관심을 기울였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충분히 관계를 쌓는 시간을 존중하려고 했다.


그 과정이 언제나 쉽지는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혼자 부딪치며 배워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때로는 더디게 느껴졌고, 시행착오도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람들의 방식을 존중하자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함께 일했던 현지 동료들은

나를 단순히 한국에서 온 외국인 직원으로 대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들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파트너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깊은 신뢰가 생겼다.

나는 이 의미를 현지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관계는 상대방을 내 방식에 맞추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왜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돌이켜 보면 이 경험은 내가 해외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해외 진출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제품, 가격, 유통 채널, 인증, 마케팅부터 생각한다.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떤 하루를 살아가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지.


현지화는 단순히 언어를 번역하는 일이 아니다.

제품 설명을 현지어로 바꾸고,

패키지를 수정하고,

현지 모델을 광고에 등장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지화는 그들의 생활 안에서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일에 가깝다.

한국에서 잘 팔린 제품이라고 해서 다른 시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선택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라고 해서 현지 고객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제품뿐 아니라 SaaS, 의료 서비스, 교육 콘텐츠처럼

사람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다.


현지 고객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를 제품과 서비스, 메시지와 판매 방식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한다.

나는 인도네시아와 스페인에서 약 10년간 생활하면서 오히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낯선 환경에 들어갈수록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졌다.

동시에 한국의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였다.


다만 그 과정은

한국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옮기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한국의 좋은 브랜드와 제품,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일을 돕고 싶다. 

반대로 한국에 관심있는 해외 고객에게 이 좋은 한국을 보여주고 싶다.

단순히 제품을 보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고, 현지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식을 함께 찾고 싶다.


인도네시아와 스페인에서 보낸 시간은 내게 하나의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낯선 시장에 들어갈 때는 내가 가진 답을 먼저 꺼내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는 것.

현지화는 기술이기 전에 태도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하려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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